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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야기

덕평의 사계를 기억하며

by 여행을 떠나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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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의 봄은 분주하다. 밭을 갈고 논을 뒤엎어 모를 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경운기 소리며 트랙터 움직이는 소리, 이곳 저곳에서의 새소리,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움츠렸던 지난 겨울의 차가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푸릇푸릇한 이삭이 솟아나며 온 들판이 푸르름으로 가득찬다. 새들은 싱그러운 먹이를 먹기위해 날아다니고,덩달아 사람들도 바빠진다. 여름 겨울 그리고 봄을 위해 다시 씨를 뿌리고 다시 뿌린 씨로 이삭을 키워 들판에 옮겨 심는다. 봄이면 어김없이 날아 오던 황사도 보이지 않는다. 햇살이 쨍하게 비춰주면 좋으련만 아쉽다.

여름

누런 흙탕물에 푸릇푸릇함이 엇그제였었는데 이젠 짙녹색이 아름답기만 하다. 점점 더워지고 그중에 며칠은 잠못드는 나날도 계속되리라 본다. 저 짙고 널은 잔디밭에서 볼이라도 차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어릴적 메뚜기를 잡던 생각도 든다. 풀내움을 맡으면 논두렁을 거닐며 정렬된 푸르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하고 싶은 심정이다. 덥다 덥워 일에 집중이 안된다. 땀이 주룩 주루륵 온 몸의 셔츠를 적신다. 샤워하고 시원한 솔밭위의 해먹에서 낮잠이라도 한잠하면 좋겠다.

가을

지긋지긋하던 모기와 더위로 잠못이루던 날이 언제인가 했는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들판은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저녁이면 쓸쓸하기까지 하다. 퇴근길 버스안에 울려 퍼지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평소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문득 세월이 흘러 노래 가사에 공감이 가는 나이가 되었구나 울컥 눈물이 핑 돌았다. 

겨울

황금빛 들녘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늘은 잿빛 들판은 소금을 뿌린듯한 하얀 세상으로 뒤바뀌었다. 셔츠를 흔들며 바라보던 창밖은 입김을 호호 불며 쓸쓸하게 바라본다. 벌써 한해가 저문다. 저 들판에서 가래질을 하고 모를 심고 비료주고 곡식을 수확하던 들녘이 휑하니 사라졌다. 사람없는 들판에 차량만이 한두대만 지나가고 있다.

지난날의 덕평을 추억하며

5년의 시간을 보내며 이곳을 떠나 다시 돌아 올 수 없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다시 그 시절이 돌아오진 않겠지만 즐겁고 힘들고 지치고 괴로웠던 모든 일들을 하나 하나 마음에 담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 술 한잔 하고 싶다. 다들 뿔뿔이 헤어져서 만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다시 만나면 다들 그날의 일들을 추억하며 웃겠지. 풍성한 웃음과 왁자지걸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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